숨은 숲 외 1편

 

  최호빈

 

 숨은 숲

 

 

 

 

  모두의 목에 핀이 꽂혀 잠자리에 고정된 듯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필요 이상으로 안녕한 숲

  홀로 깨어나

 

     살려 달라 살려 달라

 

  적막을 한 방울씩 뒤흔드는 가로등

  주홍피를 받아 삼키는 밤

 

  겨울에 지은 죄를

  숲은 언제까지 침묵을 분할해서 갚아 가야 하는지,

  물어나 볼까

  가만히 입김을 들어 주다가

  내게 고백을 강요하듯 유리창이 얼굴을 다시 내민다

 

  처음부터 골목을 기어 다니는 그림자였기를 바라는 흑발의 구름이 훌쩍이기 시작한다

  맥을 짚으려고 서로의 등을 맞대고 있는,

  살을 갖고 태어난 귀신과

  뼈를 갖고 태어난 유령, 사이로

  세상을 등지려는 개가 한 발 앞서 조용히

  장님을 쥐고 지나간다

 

  목젖을 누르며

  더는 내게 간섭하지 않기로 하자

  단번에

  새벽은 숲의 모든 머리칼을 들어 올린다

 

 

 

 

 독방

 

 

 

  하루에 하루씩

  자기 순서를 지나친 꿈으로

  공터가 싹을 틔우며 철들 무렵

  여과기를 통과하듯

  아이의 웃음이 웃음으로서의 지위를 빼앗긴다

 

  인사를 나눈 적 없는 이웃들

  얼굴에 난 상처만큼의 작은 수치를 핥아 주는,

  그날그날의 달과 싸우는 상상을 한다

 

  접어 둔 채 잊어버린 그림자

  가장 편애하는 손가락을 깨문다

 

  하룻밤을 비켜 걷는

  나의 왼발

  그리고 누군가의 후일담을 걷는

  오른발

 

  눈의 불을 끄고 이웃들은

  격자의 방범창이 있는 지하방과

  린치 당한 아이의 머릿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누군가의 발에 밟혀,

  씨앗을 문 채 썩어 가는 벌레들

  숨을 깊이 들이마실 줄 아는

  혼자다

 

  자장가를 불러 주며 꿈을 골라 주는 사람 곁

  누워 있는 아이를 대신하여

  훔쳐 듣던 꿈이 벽을 두드리다가 잠든다

 

《문장웹진 4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