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소하는 남자

 

읍소하는 남자

 

이지호

 

 

 

 

  한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네

  한 남자는 손을 맞잡고 연신 조아리고 있네

 

  날개를 접고 지상에 내려앉은 비둘기. 아이가 먹다 흘린 과자 부스러기를 먹고 있네

  흔들리는 목적이 있어야 접었다 폈다 하는 날개가 있네

 

  간절함이 가득 묻어 있는 손

  불안한 손바닥끼리 맞잡고 있네

  맞잡는다는 것,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네

  기울어진 중심점은 비굴함 쪽으로 기울어져 있네

  상대의 열려 있는 틈으로

  사내의 비굴함이 들어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네

 

  또르르 떨어지는 나뭇잎에 펴졌던 날개의 기억은 날아가고 휘휘 젓는 아이 손에 눈치만 보고 있는 날개

 

  얼음도 녹일 것 같은 뜨거움이 손에 가득하네

  축축한 땀이 배어 나오는  

  가랑비같이 속을 알 수 없는 손이네

  저 포개진 손에서 얼마나 많은 좌절이 들었다 갔는지

  세상의 온갖 허전함을 다 맛 본 손

 

  좁은 틈에 껴 있는 먹이를 낚아채듯

  차가운 비굴이 손을 빠져 나가네

  말과 다르게 미끄럽지 않은 비굴이네

  이 비굴을 아껴야겠다는 듯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사내가 걸어가네

  뒤뚱거리다 종종거리는 비둘기 같네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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