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변주)

 

뻐꾸기 둥지(변주)

 

김신용

 

 

 

 

뻐꾸기 둥지는, 사람의 귀네

귓속의 달팽이관을 오므려 조그만 둥지를 만들어 주는,

그 둥지에서 태어난 새끼가, 다른 알들은

모두 둥지 바깥으로 떨어트려 버리고는, 끈질기게

울음의 핏줄을 이어주는, 귀네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시침 뚝 떼고 있는

없는, 그 뻐꾸기 둥지를 옮겨와, 귓속에

가만히 둥지를 모아 주는, 동그마한 귓바퀴

일생 동안 집을 짓지 않으니,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야 하는

천형 같은 탁란의 생을, 마치 포란이듯 품어 주는

부드러운 귓바퀴,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일생을

죄의식도 없이 견뎌야 하는, 생을

제 집이듯 데려와, 슬픈 모습 그대로 살게 하는

없는, 뻐꾸기의 둥지는

사람의

귀네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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