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그늘을
문정
한 모금 마실 물도 감출 곳 없다고
햇빛에 흔들리는 나목을
부축하며,
가난한 살림을 꾸려 나가는
그늘 위로
싸라기처럼 자잘한 조팝꽃 피면 조팝꽃그늘
구름보다 가벼운 산벚꽃 피면 산벚꽃그늘
수천의 수만의 눈마다
바람을 들여놓고
짧은 일생을 안타까워하는 그 그늘들의
그늘 위로
한 걸음 두 걸음 걸어 나오는 서어나무그늘
한 겹 두 겹 덮이는 층층나무그늘
바다를 생각하면
눈썹 길쭉하고 짙은 연초록그늘
하늘을 생각하면
발바닥 높고 가벼운 진초록그늘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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