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내계

 

겨울의 내계

 

김산

 

 

 

 

한 떼의 위악한 살들이 겨울의 빛을 망쳤다고 쓰겠다.

담배 연기가 죽은 구름을 위로하고 무딘 낫이 때때로

공중을 살들을 헤집었다고 쓰겠다.

그리고 한 여자 한 여자 한 여자가 눈의 빛 속으로

장엄하게 걸어 들어갔으니.

그것은 감히 신성한 일의 전조라고 차마 발설하지 못한 죄인에게

혀를 내미는 일에 불과했지만.

부러진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의 입구가

견고하게 구축되었다.

돌아오지 못한 철새(鐵鳥)들이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종소리 종소리 종소리 울렸다.

쩌렁쩌렁 공중의 길이 산탄처럼 퍼져 나갔다.

당신은 그리고 그날 비로소 죽었다고 쓰겠다.

‘이미’라는 부사 앞에서 장렬하게 산화되었다고 쓰겠다.

운구의 행렬을 따라 겨울의 빛이 검푸르게 곡을 했으므로.

그것은 모든 세상의 끝.

소멸에 지리멸렬함이 부르는 탄성.

아! 하고 입을 벌리자

오! 하고 따라붙는 불온한 겨울무지개.

색을 잃은 빛들과 빛을 잃은 색들의 위태로운 군무.

천칭의 추 하나가 별자리에서 이탈했으므로.

그리하여 영영 침묵으로 말하겠다고 쓰겠다.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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