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의 물물교환

 

안식일의 물물교환

 

김은주

 

 

 

 

 

  처음 발견한 색으로 그날의 요일을 결정하는

 

  엿새치의 일력, 뜯어낼수록 부윰한 뼈대가 드러나는

 

  짐승의 가죽 소파, 잘 길들어 사람의 사람 아닌 형상을 기억하고 있는

 

  전나무로 만든 숯, 연기를 피우면 비로소 나이테가 사라지는

 

  이웃들의 비밀성서, 얼룩 묻은 담요로 침묵을 덮어 두는

 

  오래 보관된 머리칼, 백발로 변하기 전에 태워버려야 할

 

  허름한 지도책, 살색과 하늘색만으로 모든 경로가 이어진

 

  해질녘 지평선, 부종을 앓는 구름의 차도를 가늠해 볼

 

  양젖이 담긴 유리병, 병속에서 소용돌이치며 발효되는

 

  고산지대의 이명, 죽은 자의 이름을 나이만큼 부르고 맞바꾼

 

  인디언 인형, 베개 밑에 넣고 잠들면 걱정과 근심을 가지고 사라지는

 

  스물두 장의 타로; 기술사, 여 교황, 여제, 황제, 사제, 연인, 전차, 힘, 은자, 운명의 바퀴, 정의, 거꾸로 매달린 사나이, 죽음, 절제, 악마, 탑, 별, 달, 태양, 심판, 세계, 어리석은 자가 둥글게 반사되는

 

  먼 나라의 은수저, 하루치의 티끌을 혀끝으로 맛보며 천천히 회전하는……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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