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인 밤

 

비인간적인 밤 1)2)3)4)5)

 

김현

 

 

 

 

밤이 떠돌아 왔습니다. 인간은 헐벗은 몸 어둡고 웅크린 인간의 욕조 속으로 들어갑니다. 처음 물이 닿은 인간의 발가락 끝부터 쑥빛 비늘이 쑥쑥 돋습니다. 인간은 오랜만에 미끈거리는 감촉에 젖습니다.

 

인간은 두 다리보다 지느러미에 맞는 생물이야.

 

인간은 되뇝니다. 인간의 침대에 걸터앉아서 인간은 목을 늘립니다. 늘어진 목과 머리는 인간의 둥근 밥상을 두리번거리며 불어터진 먼지를 쓸고 인간의 욕실까지 흘러갑니다. 흘러온 얼굴이 인간의 지느러미를 따라 흩어집니다. 인간은 아가미로 숨 쉬고 숨죽입니다.

 

인간의 호흡을 잃었구나, 인간.

 

인간의 표정이 백랍처럼 빛납니다. 인간의 어깻죽지가 납빛으로 찢어집니다. 점점 희미해지는 어린 인간이 찢어지는 인간 곁으로 와 앉습니다. 어린 인간은 자라나는 혀를 불규칙적으로 잘라내며 모처럼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발명하려고 합니다.

 

인간은 인간의 말을 하지 않아도 돼!

 

늘어난 인간은 더듬거리고, 사라지는 인간의 혀들은 꿈틀거리고, 변신한 인간은 한결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갖고, 멈춰 있습니다.           욕조의 수면이 밤의 수면까지 밀려갑니다.

 

돌아온 밤 고공은 기중기처럼 깊습니다. 인간들은 각자의 생활을 발견합니다. 인간들은 인간적이게 따로 놉니다. 인간이 곁에 없는 인간의 말은 뜻 없습니다. 인간들은 조용합니다. 침묵합니다. 그림자 없이 농성을 시작한 한 유령이 집으로 들어와 촛불의 노동을 밝힙니다. 인간 인간 인간은 마침 표 사라집니다.

 

 

 

 

1) 인간들로부터 밤은 왔다

2) 이 밤 인간들의 집회는 시인을 앞장세운다

3) 밤의 인간들은 우리도 인간이 되고 싶다는 불구의 구호를 외친다

4) 한 소설가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어느 밤에 대한 인간이란 시를 쓴다

5) 인간을 잃어버린 인간들의 밤으로 유령 한 자루가 꺼질 듯 걸어가고 있다

 

《문장웹진 8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