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매맞다

 

몰매맞다

 

이선이

 

 

 

 

폭격 맞아 불타버렸다는 옛 절터 가는 길

솔가지 엮어 얹은 엉성한 나무다리 건너다

장대비에 찔렸다

 

후드득

빗방울 자진한 자리 계곡물 수선 피는지

자갈 씹는 골우레 소란한데

 

여윈 발목 다잡으며

아랫도리 단단히 힘주고 서서

다리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서둘러 건넌 마음 뒤돌아보니

그늘 흰 모시나비 한 쌍 떨고 있었다

 

젖은 연애를 모르는 체 할 수는 없어서였을까

 

폭우도 휩쓸 수 없는

폭격도 허물 수 없는

가슴 뻐근한 연민

 

거칠고 단단한 몽둥이를 꺼내들고

비는 늑골 속까지 두들겨 주고 있었다

 

《문장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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