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희망

― 간빙기

 

오은

 

 

 

 

얼음이 녹으면 뭐가 됩니까?

생물이 됩니다. 움직입니다.

 

생물은 어디로 움직입니까?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생물이 생물을 위로하기 위해

위로, 위로, 더 위로.

 

높은 데에 올라가야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위는 위험하고, 위는 경이롭습니다.

너무 아파서 앞세울 수 없었던 사정들이

생물과 함께 드러나고 있습니다. 움직임으로

 

높은 데에서는 크나큰 비가 내립니다.

짜고 축축한 것이 자꾸 내립니다.

간절하게 허공을 두드립니다.

 

아래에는

아직 반쯤은 얼어 있는 생물이 서 있습니다.

벌써 반쯤은 녹아 있는 생물이 앉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춥습니다. 뜨겁습니다.

 

얼음과 얼음 사이

생물과 생물 사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마음을 품으면서,

그 마음을 서로에게 기꺼이 들키면서

 

우리는 지금 자발적으로 녹고 있습니다.

평형 상태로 요동하고 있습니다.

 

반쯤 물에 잠겨

열린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장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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