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침수

 

김이강

 

 

 

 

어찌 보면 전공투 대원 같기도 한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앉아서 당신은 말하네

그저 이것저것

헤엄치는 법에 대해

크레인 내부와 바깥에 대해

어떤 견딜 수 없는 감정에 대해

멈칫하는 순간과 두통의 시간에 대해

숨을 참으면 사라지는 납작한 평화와

바리케이드 뒤에 나타나는 망망대해와

잠수교처럼 앉아서 당신은

왜 그렇게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나요

비 내리니 이토록 모두가 순조롭게 잠겨 들어가는데

상상 없이 말을 한다는 건

어딘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일까

 

어찌 보면 다른 대원 같기도 한

다큐멘터리는 불가능한 화면처럼 앉아서 당신은

지금과는 다른 세계에서

다른 곳에 빠져 말한다

그저 이것저것

침몰과 침수와 광장과 사업은

어째서 다 물일까요

불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물의 시대가 있는 걸까요

기교 없이 말하네

메워지지 않는 하품을 하네

이 구간이 아니라면

다른 어딘가에서

당신은 침묵할 수 있을까

 

올림픽대로가 차단되었다는 소식

빌린 책은 다음에 줄게요

더 있어도 괜찮나요

당신은 일어섰다가

다시 앉는다

 

《문장웹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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