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알루미늄으로 만든 목발을 보고 있으면

살을 벗기고 흰 뼈만 꺼내 놓은 듯 처참해진다.

퇴원하고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우산꽂이에 처박힌,

저 목발 위에 나는 한 삼 분 매달려 있었나.

 

피부를 열고 살을 갈라 뼈에 구멍을 내고

끊어진 인대를 나사못으로 고정시키고

다시 살을 덮고 피부를 꼬매고 붕대로 감는 동안

나의 참담은 자고 있었다.

 

집도 부위 위로 자라는 머리카락처럼

낱낱이 파헤쳐졌을 애욕의 처소를 석고로 봉인하고

여름 내내 부끄러움인지 노기인지 알 수 없는 가려움을 견뎠는데

엉기어 말라붙은 핏자국, 칠자국, 칼자국들이 시끄럽고 가려웠는데

 

대충 묻고 싶은데 자꾸만 들고 나오는 싸움꾼처럼 집요한

몸이,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몸이

가려워서 미칠 것만 같았는데

무심한 여름의 밤은 길고 덥고 다만 무겁게 출렁거리고

부끄러움도 분노도 가려움도 극에 달하면 참혹스럽다.

 

노골이란 뼈를 드러내는 것인데

우산꽂이에 처박힌 알루미늄 뼈,

고무신발까지 신고 있는 저 뻣뻣한 다리를 보고 있으면

뼈에 사무친 것이 불쑥 살을 열고 나올 것 같다.

 

파헤쳐질수록 더 깊숙하게 숨는 치욕이

앙다문 이빨 사이로 걸러진 욕설처럼

앙다문 이빨 사이로 새어나온 신음처럼.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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