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

 

연인들

 

심보선

 

 

 

 

우리는 한 쌍의 별난 기러기

다른 기러기 떼가 V자 대오로

따뜻한 남녘으로 날아갈 적에

독수리의 들판과 부엉이의 숲으로 향한다

용맹스런 자들과 친구가 되기 위하여

지혜로운 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밤에 그들이 각자의 위대한 둥지에 깃들면

우리는 해변의 백사장 위에 부둥켜안고

“주여, 우리의 지친 꿈을 돌보아 주소서”

360도 고개 돌려 간절한 기도(祈禱)의 원을 그린 후

서로의 등판에 차가운 부리를 묻고 잠이 든다

 

우리가 잠들어 있는 동안

밤하늘에선 혜성 하나가 기다란 흰털처럼 자라나고

모든 별은 자신의 고유한 은빛 이름을 웅얼거린다

 

영원은 신(神)이 우주라는 사과 한 알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시간

이 밤의 우리가 내일 아침 깨어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다만 꿈속을 헤엄쳐 새벽으로 나아간다

 

《문장웹진 5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