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원짜리 눈이 내리는 날

 

십 원짜리 눈이 내리는 날

 

이장근

 

 

 

 

 

 

일곱 살 걸음으로 한 시간쯤 가면

읍내 농협이 나왔다

주판을 굴리시던 아버지께 두 손 모아

“십 원만!” 하고 외치면

꿀밤 대신 떨어지던 십 원

눈깔사탕 녹이며 집에 오던 길

한 시간하고 삼십 분

실은 사탕보다 눈빛이 그리워 갔더랬다

오전 햇살이 처마에 달린 고드름을 녹이면

윤기 흐르는 고드름 끝에 사탕이 맺히면

투명한 눈깔 속에 산과 하늘이 뒤집혀 놀고 있으면

나를 그렇게 보던 눈빛이 그리워

집을 나섰더랬다

십 원만 십 원만 걸어서

딱 십 원만큼만 보고 오던 눈빛

나는 일수꾼처럼 매일 눈도장 찍으러 갔더랬다

다시는 가지 말라는 어머니 말보다 달콤하던 눈빛

이젠 십억으로도 못 보는

눈빛이 그리운 날

사탕 종지 같은 납골함 보러

장묘공원 간다

어제 꿈속에서 두 손 모아 외쳤기 때문일까

깜박깜박 십 원짜리 눈이 내리는 날

눈도장 찍으러 간다

 

《문장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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