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사람

혼자 있는 사람

장만호

오늘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걸어온 발자국이 굳어질 때까지.
동상처럼 앉아 있을 거야
해가 지고 새가 날겠네
아이들이 웃고 울겠네
와, 바람 쪽으로 뛰어가겠네
하지만 그것은 모두, 풍경의 일
무연한 사물처럼 입을 다물고
오늘은 인과율의 밖에서 앉아 있을 거야
눈길도 주지 않을 거야
웃어 주지 않을 거야,
필라멘트를 빛나게 하는 전구 속의 고요
오늘은 나만의 생각으로 타오르기로 해
손으로 턱을 괴고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반짝일 때까지
이 시간을 유예하기로 해
그러나, 혼자 있는 당신이 만만하군요 
그의 생각 속으로 누군가가 자꾸 걸어 들어온다
길을 묻고, 천국을 묻고, 불을 빌리고,
아, 사람 좋은 미소의 근육을 차단해야 하는데
표정 없는 근육들을 기억해야 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공손함의 각도를 기억하며
딸칵,
숙여지는 순간
무언가가 쏟아진다
엎질러진다
흩어진 모이 위로 비둘기들이 모여든다
알아봤다는 듯이 머리들을 끄덕인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TV를 켜고 잠든다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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