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

한여름밤의 꿈

서영처

강 건너 맹그로브 숲에는 사나운 어미 호랑이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내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는 젖을 못 뗀 새끼호랑이가 쿨쿨 잠들어 있는데 이 녀석이 수컷일까, 암컷일까, 아무튼 오늘은 내 결혼식날 나는 한껏 부풀린 드레스로 갈아입고 화관을 쓰고 하객들에게 둘러싸여 식장으로 들어섰다 정장을 한 당나귀 신랑이 털북숭이 손을 내밀었다 하객들의 박수 소리, 폭죽 소리, 남이야 쑥덕거리든 말든 누런 달이 떴는데 이상하다, 떡갈나무 아래 어른거리던 그림자 보이지 않네 떠들썩하던 웃음꽃 시들어 가는데 흥겨운 음악도 멈췄는데 자꾸만 근질거리며 발굽이 돋아나고 줄 끊어진 바이올린 금간 틈으로 맹그로브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난 칭얼대는 새끼호랑이를 안고 젖을 먹인다 그래그래 착하지, 라디오에선 강을 훌쩍 건너 뛴 호랑이가 마을을 습격했다는 소식, 숲을 내달리며 집채만 한 슬픔으로 포효하는 저 얼룩무늬, 아직 선물상자들을 열지도 못했는데 어쩌나 아가야― 울울창창해지는 이 숲의 소리들을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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