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묵은 설움 같은

오래 묵은 설움 같은

정우영

안상수 선생이 우리 집 광문에서 저승 가는 글자들 이승 쪽으로 붙들고 있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듯 글자들 막 허공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중이다. 아마도 그 글자들 아버지 생전에는 영험했을 것이다. 나도 안 선생님처럼 삭아 가는 글자 몇 자락 사알살 집어올린다. 지방 태울 때 날리는 잿빛 글자들처럼 가뭇가뭇 흔들린다. 남은 글자들 긁어내리자 되얐어, 되얐어, 떨어지며 순식간에 바래 간다. 아무런 미련 없어 보인다. 갑자기 내가 다급해진다. 안 돼요, 안 돼. 오래 묵은 설움 같은 게 툭 터져 나오는데, 어허, 저분들이 누구신가. 차츰차츰 허물어지는 광 밑으로 아버지와 그 아버지와 또 그 아버지들이 스스스 돌아가고 계신다.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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