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버린 헌 창문에게 외 1편

 

  나의 가버린 헌 창문에게

 

 

 

   잘 있니?

   환각의 리사이클장에서 폐기되던 전생과 이생의 우리

   그리고 미래의 오염된 희망으로 살아가다가 결국 낙엽이 된 우리

   우리는 함께 철새들을 보냈네

   죽음 어린 날개로 대륙을 횡단하던 여행자

   먼 곳으로 떠나가는 모든 것들에게 입맞춤을 하면

   우리의 낡은 몸에는 총살당한 입김만이 어렸네

 

   잘 있니?

   우리는 떨어지던 사과들이 곪아 가던 가을 풀밭에서

   뭉그러지는 육체 속으로 기어 들어가

   술 취하던 바람을 들었네

   먼 시간 속에 시커멓게 앉아 있는 아버지

   살해당한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이들을

   고요하게 매장했던 바다의 안개 소리도 들었네

 

   총소리였니?

   아니, 돌고래가 새벽의 태양을 바라보며 출산과 죽음을 준비하던 순간이었니?

 

   잘 있으면 좋겠다, 그 사람들

   춥겠다 덥겠다 아프겠다 배 고프겠다

   그들은 없는 이들 보이지 않는 자연의 천사

   나뭇잎이 떨어진다

   눈썹 없이 의지 없이 톱 텐 없이

 

   사각의 틀에 갇혀버린 옆 마을의 나치 할아버지 두 줄 무늬 늙은 나비 지던 페르시아 퀸 장미 위대한 가을의 국화 휠체어에 앉아 있던 아이패드 5의 햇살 육두문자 오던 구급차와 가던 장의차 토해 놓은 사랑과 죽음으로도 돌이킬 수 없었던 나날들 고양이가 마시던 오후의 커피 고요히 돌아와 창백한 별의 심장을 안아 주던 어둠조차 사각의 관 속에 든 정물화가 되어버린 시간을 함께 보내던

 

   나의 헌 창문

 

   잘 있니?

   환각의 리사이클장에서

   영원히 폐기될 우리 사각의 영혼

   밤거리를 걷다가 모르는 이들에게 얻어맞고도

   울지 못해서 사각의 틀에서 튕겨져 나온 우리 영혼

   산산이 부서진 영원의 사금파리 그 곤충의 눈

   잘 있니?

 

 

 

 

 

  포도나무를 태우며

 

 

 

   서는 것과 앉은 것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까

   삶과 죽음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어느 해 포도나무는 숨을 멈추었습니다

 

   사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살았습니다

   우리는 건강보험도 없이 늙었습니다

   너덜너덜 목 없는 빨래처럼 말라 갔습니다

 

   알아볼 수 있어 너무나 사무치던 몇몇 얼굴이 우리의 시간이었습니까

   내가 당신을 죽였다면 나는 살아 있습니까

   어느 날 창공을 올려다보면 터뜨릴 울분이 아직도 있습니까

 

   그림자를 뒤에 두고 상처뿐인 발이 혼자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포도나무의 시간은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에도 있었습니까

   그 시간을 우리는 포도나무가 생기기 전의 시간이라고 부릅니까

 

   지금 타들어가는 포도나무의 시간은 무엇으로 불리웁니까

   정거장에서 이별을 하던 두 별 사이에도 죽음과 삶만이 있습니까

   지금 타오르는 저 불길은 무덤입니까 술 없는 음복입니까

 

   그걸 알아볼 수 없어서 우리 삶은 초라합니까

   가을달이 지고 있습니다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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