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수 데뷔기 외 1편

 

  나의 가수 데뷔기

 

 

 

   내가 가수로 데뷔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눈물 젖은 두만강을 좋아했던, 그러나

   남 몰래 흥얼거릴 뿐 누구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주저했던 엄마 때문, 바로 그날

   딸내미 둘 낳고 결혼식 올린

   시광이 아재 잔칫날 뒤풀이에서 엄마는

   당연한 듯 내게 숟가락을 떠넘겼지

   나의 첫 공연은 얼마나 유치하고 눈부셨던지

   그날 이후 엄마가

   시도 때도 없이 공짜로 써먹을 수 있는

   싸구려 가수 하나를 얻은 대신 나는

   언제라도 무대에 오를 준비가 된 무명 가수가 되었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행복한 가수였네

   더 이상 무대에 오를 필요가 없는 순간이

   감전되듯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남 몰래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러 가며

   산자락이나 물가에 앉아 훌쩍거리던 나를

   누가 알아보기나 했을까

   전성기도 없이 서둘러 은퇴해 버린

   무명 가수인 나는

   아직 첫 공연의 짜릿함을 잊지 못하고

   관객 드문 자리를 떠돌아다니며

   허리띠를 노 삼아 저어가면서

   눈물 마른 두만강을 부르고 다닌다네

 

 

 

 

 

  종달새 2

 

 

 

   설익은 밥알들 雪, 雪, 첫눈 나부끼는 새벽인데요 주머니 속 종달새는 아까부터 줄기차게 우는데요 난데없이 꽃향기 범벅을 해 갖고는, 울음소리 자꾸 귓속을 파고드는데요 두리번두리번 아무데도 없더니 부르르르, 갑자기 맥박처럼 떨려오는 전화기에서 새파랗게 솟구치는데요 최초의 떨림만 그 자리에 남아 있는데요 노래가 되다 말고 잇단음표로 공중에 나부끼는데요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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