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해 주먹다짐 끝에 치르다 만 성인식과 창백한 반점의 축제 같은

서너 해 주먹다짐 끝에
치르다 만 성인식과 창백한 반점의 축제 같은

―악에 대한 보답을 악으로부터 얻으며, 칼의 교의(敎義)*를 실현하는 임경섭 시인에게

주하림

오늘의 천국 너는 담배 피는 여자들로만 밤의 마지막을 보냈다 낯설게 설명한다 한들 적의(敵意)로 피어나던 저번 생에도 안개꽃과 담배연기를 동시에 끌어안고 살았던가
 
네게 몰락이란 전부를 안아보았기에 돌아서야 했음의 긍정이었다 너는 답을 해도 혼났고 답을 하지 않아 혼났다 사랑하는 여자 표정을 곧잘 따라짓기 시작할 때
 
가끔 갓 구운 빵 취급을 당했다 어떤 여자에게만큼은. 아프단 말이 네 옆모습을 딱딱한 목판화로 닮아갔다 바람 부는 날 그녀들이 빨아놓고 간 그림자 내가 그 그림자의 주인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날은
 
너와 내가 왼쪽 목덜미가 붓도록 누군가에게 맞았고 애를 밴 암컷에게 더는 아버지를 묻지 않아도 되어 좋았지만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반드시 울었다 깡패들에게 차례차례 사랑을 허락한 순간. 지나가면 함몰된 어딘가가 운명선으로 만져졌다
 
먹구름 아래서, 피 묻은 이불들은 왜 말라갈 수 없었을까 계절이란 떠났을 때 비로소 낯설어지는 것이었고 두 달 동안 계획했던 여행들이 이름 예쁜 태풍들을 따라가
 
누군가에게 받아내지 못한 응석이나 용서가 네 발목을 한평생 묶고 있다면
담배 같은 연기 같은 귓불이 뚱뚱하여도 좋았던. 남쪽에 먼저 가 있는 불행이 너를 향해 천천히 전진할 때 먼저 가지 마. 너는 갑자기 인류의 것이 되고 싶어
 
자세히 보면 너의 것은 네가 원하는 만큼 휘어져 있지 않았다

《문장웹진 12월호》

*「간디의 물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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