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트럭

임성용

밤 깊은 고속도로휴게소,
나는 5톤 트럭을 몰고 네 시간 반을 달려왔다
아마 2톤 이상은 과적이었을 게다
과적보다 무거운 것은
갑자기, 눈발처럼 쏟아지는 잠의 중량
 
잠은 얼마나 위험하게 적재된 낙하물인가
달랑 내 몸 하나 들어가 누울 운전석 뒷자리에
밧줄에서 풀린 잠을 잠시 편안하게 눕혀놓았다
베개를 깔고 동잠바를 덮어 주고
포근하고 행복한 잠의 살결이 스펀지처럼 가벼워질 때까지
나는 그녀의 보드라운 젖을 만져 보았다    
그녀는, 내가 지칠 만하면
지방질이 물컹 빠진 젖의 꼭지를
내 메마른 입술에 꼭 한 번씩 물려 주었다
 
밤 깊은 고속도로휴게소,
배식대를 빠져나온 나를 닮은 사내들이
그녀의 젖에서 흘러나온 구수하고 따끈한 숭늉을 마셨다
숭늉을 마시고도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고장난 후미등에 볼트처럼 매달린 낡은 이빨들
그 어떤 새로운 말도 캄캄하게 막혀 버린 두툼한 입술들
 
아직 갈 길은 먼데
주먹만 한 눈은 쏟아지고
트럭 위에는 벌써 한 짐 가득 눈이 쌓였다.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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