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 속을 거닐다

 

몽유 속을 거닐다

이수미

문을 밀고 들어서니
간이침대 하나 덜렁 놓여있었다
겁에 질린 눈으로 올려다보는 나를
침대에 눕게한 사내는
온몸의 감각을 손끝으로 끌어 모아
차근차근 내 몸을 읽어 내려갔다
블라우스 앞섶이 헤쳐지고 치마가
엉치까지 벗겨졌지만 차마,
거부할 수 없는 손길이었다
사내의 손끝은 정확히 내 몸에 숨은
나를 찾아냈다 사내가 그곳으로 조심스럽게
뜨거운 기운을 밀어 넣었다
뻐근한 통증이 몰려왔다
막혔던 문이 열릴 때마다 정신이 아득했다
등골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입술 사이로
가는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오래도록
불길 들지 않은 냉구들 같던 심장의 피돌기가
빨라지고 있었다 괜찮다며, 가볍게
등을 토닥이는 사내의 손길에 팽팽하게
지탱하고 있던 중심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휘청,
정신이 헛발질을 했다 

나른함이 몰려왔다
까무룩히 내려앉는 눈꺼풀을 누군가 들어올렸다 

시침施鍼 끝나셨습니다  《문장웹진 7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