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관

 

현대, 미술관

정채원

연인이 바뀔 때마다
화풍이 바뀌곤 했다

가시덤불에서 새가 날아오르던
붉은 사막을 지나
덜 마른 물감처럼 푸른 달빛 고여 있는
습지를 지나
지금, 여기
웃을 때만 살짝 보이는 너의 잇몸과
밤마다 욱신거리는 왼쪽 무릎까지
동시에 품고 싶어
거울에도 보이지 않는
어제와 내일, 그리고 사후까지
한달음에 다 읽어내고 싶어
뒤통수에 박힌 한쪽 눈과 비틀린 입술
옆구리에선 세 번째 유방까지
부풀고 있다

연인의 시선에 따라
목덜미를 지나 허벅지 위로
전갈이 기어 다니고 있다
사랑에 빠져 있는 동안
배꼽과 심장의 위치가 바뀐 건
몇 번이던가  《문장웹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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