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김씨

 

세탁소 김씨

오승근

우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수북이 쌓이기 시작한 세탁물들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뜬 김씨

새벽바람 등지고 산동네를 나선다

예전엔, 이 산동네도 울창한 숲속이었으리라

골목길 빠져나와 세탁소 문을 열고

허공마저 빽빽이 메운

밀림 속으로 이리저리 헤집고 들어간다

팔 다리가 비틀린 세탁물을 곱게 펴

다리미판에 올려놓은 뒤

가열된 다리미를 밀고 나가자

우지직 찍 우지직 찍

섬유나무 넘어지는 소리

나무들은 톱날 앞에 무참히 쓰러지던

그때의 비명소리를 더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안주머니에 둥지 틀고 살던

이름 모를 새들을 부르고 있는 것일까

우지직 찍 우지직 찍

얼마나 많이 소리치고 싶었던가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저 아우성!

잠시, 일손을 멈추고

지난날을 회상하는 김씨

안타까운 마음으로 등 두드려주자

독기마저 풀고 부드러운 날을 세운다

그때를 기억이라도 하는 듯

푸석푸석 타들어가던 열대의 숲

무참히 쓰러질 때도

안주머니 속에 살던 새를 꺼내어

빈 하늘로 날리고 있었느냐

침묵의 나이테 감고 있었느냐

허공을 긋는 비의 손길로 다독여주자

시퍼런 줄기를 꿈틀꿈틀 세우며

되살아나는 원시의 무늬들을 본다

세탁소 한 켠에 우뚝우뚝 군락을 이룬다  《문장웹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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