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피

 

맨발의 피

성태현

혹한의 강변에서 카메라 줌을 당긴다
순백의 카펫 위에 등장한 작은 물떼새 한 마리
스포트라이트의 발광은 없어도
천만화소로 분해된 반사광이 박빙에서 작열한다
사뿐히 찍어내는 고혹적인 걸음걸이
카메라의 눈이 사르르 실눈을 뜬다 S모드로 바꾸자 새는, 
스르르 앙가슴을 열어 최적의 노출값으로 파인다에 잡힌다
깃털에 바람이 오르자 언뜻언뜻 드러나는 쇄골
가늘고 긴 새의 다리, 맨발을 보여준다

발가락 사이사이 더 여리고
더 가는 골을 따라 힘차게 뻗어나가는 피
얼지 않을 만큼 차가운 새발의 피를 생각한다
앙상한 다리, 젖은 발로 살판을 배회하며
오직 먹이를 찾아야 하는 허기진 하오
날개에 바람을 품고 있으면서도 날지 않는 저 새에게서
강추위 따위는, 한 점 피일 뿐인가
과다노출된 눈밭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새의 눈빛
이리 애틋하게 추파를 던져보지만
시리도록 야릇한 눈빛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겨울, 도시의 곳곳에도 추위를 잊고 
홀로 재깔이는 물떼새들이 있다
노출계가 설정한 눈금을 벗어나서 하얗게 현신한 눈부신 발광체
종아리를 내보이는 새에게 함부로 묻지 말자
냉혹한 빙판에서 때로는 외발로 서야 할 저들이
박차고 치솟을 힘은, 피다
발은 담가도 깃털만은 적시지 않으려는 
강한 냉혈로 순치된 차디찬 여자의 피다  《문장웹진 7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