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벤치에는 外 1편

하늘 벤치에는

조정권

거북이연립주택 옥상에는 안 쓰는 찬장, 내다버린 장롱,
스티로폼조각, 부서진 싱크대들이 두엄처럼 쌓여져 있다.
오리집도 올라가 있다. 호박밭과 화단도 올라가 있다.
벤치도 올라가 있다. 그 벤치에는 트럼펫 부는 남자가 런닝차림으로 산다.
빈 소주병주위로 흙을 수없이 물어다 나른 빗방울들.
민들레 꽃씨가  날아와 커가다가,
삭아버렸다. 
가끔 옥상에 빨래를 내다 거는 남자가
구석에 틀어놓은 수돗물도 보였다.
그 남자는 얼마 전 늦은 밤길에 누런 연탄재의 골을 쏟고 
반듯하게 누운 채 실려 나갔다. 
채마밭과 
새들과
나무들과 지상철(地上鐵)이 먼저 철거를 당했다.
갈 곳 잃은 오리들은 어디론가 날아볼 시간을 두리번거리다 
 
도로 주저앉았다.
오리들은 쭈그러진 나팔을 내밀고
무슨 음표같이
옥상에 모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헐벗은 눈발을 올려보고 있었다.
하늘에서 깃털 다 뜯긴 채 내려오는 눈발을.

아기 예수의 눈동자에서
한없이 풀어놓은 양떼들의 초원을
들여다보는 눈

어깨로 날아와 지저귀는 노란 종다리를 손등으로
날려 보내는 손 

저 눈, 저 손으로
시간이 사람을 방목하고 있다.

한없이 풀어놓은 양떼를 불러들이고
하늘 높이 종다리들 모아들이며

나는 너의 눈을 들여다보고 싶고
손을 쥐어보고 싶다  《문장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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