刑 外 1편

조동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환하게 타오르는 석양 아래의 교수(絞首)를 천천히 어루만진다. 산은 깊고, 봄은 무심했다. 선명한 직선에 매달린 한 줌 삶이, 허공이 되어버린 바닥을 내려 보며 바람을 맞는다. 바람이 불고, 허방을 디딘 다리가 가만히 흔들린다. 적막한 바람을 따라, 다리는 비로소 몸통의 무게로부터 놓인다. 모든 것은 고요했고, 다만 한 모금 갈증이 아쉬웠다. 죽음은 그저, 오래도록 지루했다. 팽팽하게 매달린 죽음을 위해 세상의 모든 하늘과, 바람과, 별의 이야기가 섬뜩했다. 신발은 단정하고, 석양을 향해 모든 절망은 평화로웠다. 바람이 불고, 죽은 자를 위한 기도가 성스럽게 울려 퍼졌다. 바람을 따라 햇살이 잠시, 아름다웠다. 허방을 사이에 두고 그림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눈물을 흘렸다. 그림자의 눈물이 아득한 바닥을 향해 절실했으나 허방을 딛고 다리는,

비로소 외로웠다.
바람이 불고, 죽음은 허방을 향해 한없이 단정했다. 선명한 직선에 매달린 두려움이 잠시 눈물을 흘렸지만, 그저 한 모금의 갈증이 아쉬웠다. 바람이 분다. 깊은 산의 텅 빈 허공을 향해,
유령처럼 선명한 바람이
분다.

복서

복서는 섬을 떠올렸다.

해변은 온통 시신으로 가득했고, 홀로 살아남은 자를 호명하며 섬의 전설은 언제나 고독했다. 오래된 별자리가 은밀하게 사라지자 숲의 너머는 어둠을 헤아리며 경악했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나무들은 저마다 열매를 맺었지만, 근해를 떠도는 시신들은 바다의 창백한 깊이를 응시하며 말을 잃었다. 링 위에 누워

복서는 섬을 떠올렸다.

복서를 둘러싼 함성이 피를 토하며 고요했다. 조명이 눈부시게 쏟아졌고, 복서는 물러설 곳 없어 한없이 고독했다. 링을 둘러싼 함성이 복서의 눈동자에 적막하게 음각되었다. 해변을 배회하며 복서는 스스로 섬이 되어 갔다. 물러설 수 없는 복서의 자리마다 온통 시신으로 가득했고 복서를 호명하는 소리가 홀로 고독했다. 링 위에 누워

복서는 지금,
절대 고독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해변을 배회하는 복서의 눈동자가, 적막하게 음각된 함성을 뚝뚝 떨어뜨리며
링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조명이 눈부셨고
복서를 호명하는 소리가 홀로 고독했다. 《문장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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