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쓰기 할까요 外 1편

덮어쓰기 할까요

이규리

생리 전날, 누가 불러도 대답하기 싫어
먹기도 싫어
종일 나무 밑동에 대못 박는 소리
 
통증에 옥말려 있을 때 그 전화가 왔다
반짝, 몸이 지워지면서
생리통을 덮어쓰기 하였다
  
그러니까 중심이라 여긴 건 똥막대기
혼자 보낸 일요일, 헐거운 맨홀 뚜껑

  

아버지를 덮어쓰기 하였고
좀 잘난 애인을, 열등을, 오래된 집착을
덮어쓰기 하면서

– 삶은 정공법이 아냐 돌려 차기로 오는 거야
– 한곳에 매여 있다 좋은 날 다 보내지 마라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인생이 확 달라졌을까
달라졌다고 다 근사했을까
다시 아랫배를 묵지근한 현실에 치대며

이 작업, 덮어쓰기 할까요?

폭설

당신이 보내고 있구나
다 할 수 없는 말
미안하단 말
이렇게 보내고 있구나

이곳, 좀체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에
길을 막아서는, 관계를 지우는
적설

저것이 이별의 형식인 것을,

요즘도 흘러내리는 마스카라가 있었나

공회전하는 바퀴엔
눈이 눈을 밀어내고 있었지
눈은 눈을 밀어낼 수 없었지
그러는 동안 우리는 방전되고 있었지

부드러운 폭언
꼼짝없이 무너지는 별사가 이만한 순백이라면
미안하지 마라

이별이란  결국 제 자리로 돌려놓는 일인 것을
처음보다 조금 비껴 세우는 일인 것을  《문장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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