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공복 外 1편

저녁의 공복

고영

혼자 사는 집의 공기가 왜 이리 가볍고 虛한가.
 
밥을 먹어도 공복
책을 읽어도 공복
그리운 사람도 공복
 
누가 있거나 말거나
오직 적막을 즐기고 가꾸는 먼지만이
공복의 꽃을 피우고 있다.
 
아무 거나 닥치는 대로 물어뜯어보는 혼자 사는 집에서의 저녁은
아직 오지 않은 슬픔에 닿아 있다.
 
내가 들어가 살고 있지만
언제나 비어 있는 집
 
마중물 붓듯 소리 내어 시집을 읽다가
후두둑 빗소리에 놀라 창밖을 쳐다보다가
펭귄처럼 우두커니 서서 공복의 머리를 긁적이다가
 
애꿎은 내 그림자나 붙잡고
씨름이나 한 판 하는

공복의 빈집

그림엽서 8

– 찔레꽃  

밤낮없이 떠돌던 마음이 찔레꽃 향기에 찔려 화들짝, 눈을 떴는데요
 
소똥무더기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스한 훈김을 마시고
 
우시장 나서는 아버지 헛기침소리에 뜨끔, 또 한 번 마음을 찔렸는데요
 
어미 잃은 송아지 눈망울에 똬리를 틀고 앉은 무서리 무서리 새벽 달빛이  

찔레찔레, 또 마음을 찔렀습니다

은근슬쩍 봉창 밖을 염탐하던 심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황톳길에 타박거리며 피어나던 찔레꽃 《문장웹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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