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산하는 詩

 

발산하는

 

천서봉

 

 

 

 

  무언가 증식한다고 느끼는 밤, 눈 온다

  취한 네게 내 손가락을 먹이던 그 밤이다

 

  그것도 나무라고

  한꺼번에 새들을 쏘아 올리던 자잘한 나의 계통수

 

  소문*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 없는 우리, 우리는

  작은 점 하나에서 장히 왔다 여기까지

 

  그리고 아픈 남자만 사랑하던 여자의, 그 남자들

  여자가 아껴먹던 저녁의 국수들

 

  혼종을 발음하면 따라오는 죽이나 밥

  불어나던 다중의 의태들, 웃으면서 너는 운다

 

  낭인(浪人)이 점괘를 쥐여 주고 떠난 일요일 오후

  슬픔이 점령하는 작고 귀여운 너의 식민지

 

 

 

  * 어쩌면 이 시와 당신은 무한히 번식할 것만 같다. 잠에서 잠으로만 옮겨가는 어떤 병처럼 음계에서 음계로 넘어가는 집시처럼 감염되고 중독되는 감정들은 언제나 나보다 몇 걸음 저 앞에 가 있다. 긴 잠자리채 같은 내 도덕이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감정이 발산할 수 있음은 여전히 다행이다. 때로는 수분처럼 스몄다가 또 때로는 불꽃놀이처럼 공중분해 되기도 하고 마침내 화마로 분해 활활 타오르기도 한다. 당신에게 가기도 하고 못 가기도 하면서 변덕으로 다복해지는 몽마(夢魔). 그러므로 나는 떠나서 되돌아오지 않는 감정들을 평생 기다리며 부끄러워해야 한다. 수오란 원래 거울의 속성을 지녔지만 거울을 오래 겨울처럼 지니다 보면 우리는 하나처럼 더워진다. 다시 예감컨데 이 시와 당신은 무한히 내게로 수렴할 것 같다. 그러니 나는 견뎌야 한다. 나의 수오가 나보다 더 부끄러울 것이므로. 나도 사람이라고 12월에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문장웹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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