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外 1편

대화

 

남진우

 

 

 

자정.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아버진 죽었는데 왜 아직도 살아서 바스락거리고 있는 거예요. 아버지가 대답했다. 아들아, 나는 죽어가고 있을 뿐 아직 죽은 것은 아니란다. 살아있는 한 나는 계속 바스락거리고 있을 수밖에 없구나. 아들이 다시 물었다. 아버지, 그렇게 바스락거리는 한 아버진 영원히 죽지 못할 거예요. 죽기 위해서라도 그 바스락거림을 그만두어야 해요. 아버지가 다시 대답했다. 이 바스락거림은 내가 죽어간다는 가장 확실한 징표란다. 이렇게 바스락거리다 보면 언젠가 나는 완전히 죽게 될 거다. 아들이 항변했다. 아버진 이미 죽었다니까요. 그런데도 계속해서 바스락거리는 것은 죽은 자신에 대한 모독이에요. 아버지가 시무룩한 어조로 말했다. 글쎄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란다. 이렇게 바스락거려지니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아들이 소리쳤다. 바스락 바스락 당장 그 바스락거리는 것을 그만두세요. 아직도 살아있다니 창피하지도 않으세요. 그 바스락거리는 것 지켜보다가 내가 죽을 지경이에요. 아버지가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럼 너는 네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있는 게냐. 너 또한 기껏 바스락거리고 있을 뿐인 주제에.

 

 

 

 

심야의 지하철

 

 

저들은 지금 누구를 조문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는지,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간, 어둠 속을, 굉음을 울리며 달리는 지하철에, 혹은 서서, 혹은 앉아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상에 다시 빙하기가 도래한 것일까, 지금 이곳은 싸늘한 냉동실 같다, 죽은 고기들이 빽빽이 걸려 있는, 심야의 지하철, 한 역이 지나가고, 다시 또 한 역이 지나간다, 정거장마다 죽은 자를 애도하는 무리들이 나와 있다, 두 손 모으고 서서, 텅 빈 눈동자로, 지하철 손잡이에 뻣뻣하게 걸려 있는 시체들 사이, 앉아 있는 나를 바라본다, 문이 닫히고, 지하철이 출발하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차창 저편, 그윽이 미소짓는 해골들이 비친다.  《문장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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