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와, 잎이 지는 날 外 1편

놀러 와, 잎이 지는 날

 

김남극

 

 

 

놀러 와

꽃잎 지는 날

슬쩍 손금 내밀고

여린 선들이 만들어낸 물결 같은

당신의 그 복잡한 시절들을

내 손금에 연결해

그리고는 지워

저 적멸보궁 쯤 가서 버리든가

상왕봉 지나 북대 절 뒷마당에

쏟아버려

그리고 다시 손 내밀어

잡아줄게

손금 없는 손으로

산 아래까지 몸을 굴려

둥굴어질 때까지

작아질 때까지

 

놀러 와

잎이 지는 날

문득

잎이 지듯이

 

 

 

 

나는 어두워진다

 

 

 

그대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나는 어둠을 보았다

손으로 뭉쳐질 듯한 어둠이

짐승처럼 나를 노리고 있었다

그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을 빼다가 빼다가 지치면

그대는 손을 놓아 주었다

 

나는 날고기를 먹다가 젓가락에 묻은 미세한 핏기를 보는 것처럼

내 손을 보고는 잠깐 움찔했다

마디가 굵어 반지를 평생 끼지 못하는 손가락만

참나무 작대기처럼 엉크렇다

 

나는 자꾸 어두워졌고

그대는 자꾸 환해졌다

자꾸 나를 환하게 가려서

나는 더 어두워졌다

 

이젠 내미는 손이 보이지 않는다  《문장웹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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