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聽診)의 효능

청진(聽診)의 효능

 
이은규

누가, 두 귀를 잘라 걸어 놓았을까
 
유리창 너머 금속성의 귀
노을을 흘리며 허공을 듣고 있는 것은 청진기였다
의료에 쓰이기보다 헤드셋에 가까운, 혹은 서랍
 
당신을 듣기 위해 항상 열어두었던 내 귀
채집된 음을 기억의 서랍 속에 숨겨놓은 날이 길다
귀는 깊어 가장 슬픈 기관일거라는 문장
 
말더듬이였던 당신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 말들이 몸을 떠도는 거라는 소견이 있었다
오래 기다린 처방은
구름의 운율에 따라 문장 읽기를 연습해보라는 것,
혹은 가슴에 귀를 대고 기다려주는 것
 
청진, 듣는 것으로 보다
모든 병은 마음이 몸에게 보내는 안부
말더듬이를 앓는 건 그가 아니라 마음이었으므로,
말에 지칠 때마다
당신은 구름이 잘 들리는 내 방 창문을 두드렸다
문장 읽기를 하다 당신의 가슴에 귀를 묻으면
금세 꿈꾸는 숨소리는 차라리 음악이었고
 
어느 의사가
몹시 아픈 환자의 병명을 알고 싶어
체내의 음에 귀 기울인데서 비롯되었다는 청진의 효능
 
이제 당신은 멀리 있고
청진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므로,
내 두 귀는 고요한 서랍이다
  
그때의 구름만 내재율로 흐르는 창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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