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연구소

선인장 연구소

이문숙
 

세상의 끝에는 어김없이 연성각이 서 있다
백미인이라는 가루로 만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면을
사해파라는 검은 소스에 비벼 먹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소문이 악어아가배의 세상에도 전해진다
뜨거운 태양이 서향의 연성각을 단련하는데도
창문에 거취옥으로 지은 주렴이 꼼짝하지 않는데도
그곳에는 대통령, 장군, 보초들이
반야의 나무를 쪼개 만든 젓가락으로
세설금이라는 차디찬 눈 속에 냉장시킨 면을
악기의 현처럼 쭈루륵 빨아올린다
북두각금의 탄주라고나 할까
그 순간 석화기린의 등에선 세상을 배경으로
대능주관의 세계가 펼쳐진다
금사자, 투쟁용의 뇌부각에도 무슨 변화가 왔는지
커다란 사자왕환의 방석과
홍학환의 등받이 속에 묻혀 왕비단설의 공연을 본다
은파금의 곡조는 폭발한 화산의 재가 지연시킨
세상의 이주로에 묶여 있는 여행자의
지친 뇌신을 달래주기도 한다는데
기적의 거리에서 건물의 잔해를 툭툭 털고
일주일만에 걸어나온 한 남자의 상처 없는 몸처럼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말들은 선인장의 이름이다
어떤 단어가 선인장의 이름인지 밝히고 싶지 않는 건
연성각의 한 손님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하루쯤 선인장의 철갑 같은 초록 껍질 속에 박혀 있는
그 많은 가시들을 모아
만든 침구로 몸을 둘둘 말고
따끔거리며 불면을 즐겼으면
그 가시가 꽃으로 변하기도 하는 날이 있기나 있을 테니까
연성각은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다
해결해 주니까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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