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가 있는 잠

진주가 있는 잠

곽은영

당신들이 나를 보며 돈을 벌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구분했듯이
나는 당신들을 딱 두 개로 구분했다
죽은 자와 죽을 자

당신과 마음 편하게 누울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줄곧
찾아왔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
내 팔 안쪽
그래서 조금 시시했다
하지만 그곳의 당신은 내가 처음 보는 당신
당신을 감싸고 있었던 것은 당신의 죽음

그 품은 거대해서
당신의 숨결만큼만 보이고
당신의 덩어리만큼만 만져지지만
그것은 부풀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고요했다

나는 동의했다

겨드랑이 사이에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던 숱한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하늘의 지도를 몸에 새긴 채 계절을 이동해온 새들처럼
당신을 품에 안고 데려갈 검은 비단의 길을
꿈꾸었다

세상에 늘어뜨려진 들숨과 날숨의 실들이 조용하게 움직였다
스스로 먹이를 구하듯 들어가 누울 천을 짜는 담담함

과거의 빛으로 수런수런한 밤하늘 아래서 우리의 현재는
부풀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검은 비단에 진주알을 하나씩 하나씩 달아주었다
당신의 기억들을 내 주머니 안에서 둥글게 뭉쳐 하나씩 진주알을 만들었던 것은 나의 현재
 
당신의 죽음이 잠시 햇빛 뒤로 물러나
서늘한 손으로 잠깐씩 당신의 이마를 짚을 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예정된 것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진주알을 단다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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