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행복하여라

오, 행복하여라

이승희

외로움은 나의 밥, 찬 없이도 먹을 나의 끼니. 내 소망은 세 끼 밥과 야식까지 골고루 야무지게 잘 챙겨먹는 것. 외로움으로 살찌는 일. 그리하여 외로움 하나만으로 나 풍성해지는 거짓말 같은 생. 나 이제 외로움의 식구를 얻었으니 함께 먹고 또 먹어 배 터져 죽고 싶다. 버석거리던 날들이 외로움의 독을 입어 이리 촉촉하니 축복 받음 아닌가. 날마다 독이 퍼져 이 저녁의 숨소리 그윽하구나. 외로움이 서 있는 그 자리. 거긴 원래 미루나무가 오래 서 있던 자리, 내 딸이 날마다 학교 가던 길. 지치고 아플 때 하염없이 집을 바라보던 길. 오늘도 집 나간 마음은 기별 없으니 기다림으로 접혀진 마음자리는 쉽게 찢어지고, 마음 없이도 몸은 자주 아프고, 마음 없이 병든 몸은 가난한 세간 옆에서 쓰러져 잠들고, 그리운 것도 없이 살 수 있다니, 오 놀라워라 거짓말 같은 나의 생이여. 《문장웹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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