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배호라니까 외 1편

서효인

 

 

내가 바로 배호라니까

 

 

 

여섯 살 그녀에게 최초의 공연은 돌잔치였다 그녀는 볼록 튀어나온 배에 두 손을 얹고 나른한 표정을 하다 오른손을 들어 기지개를 켜며 엇박자로 윗입술을 오물거렸다 사람들은 까무러치며 그녀를 깨물고 까꿍, 까꿍, 까불었다 그녀의 옹알이는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였다 아무도 돌아가지 않았고 먹고 마셨다 돌아가는 삼각지를 떠올리며 그녀는 삶과 사랑과 이별을 아냐고 끊임없이 엇박자로 되물었지만 남자는 냄새나는 입을 볼에 비빌 뿐, 남자의 수염만큼 까칠하고 험하고 귀찮은 예술의 길이여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목울대를 꼰다 꼬들꼬들한 꼬마의 목소리가 꿈처럼 퍼진다 경박한 화장을 하고 싸구려 한복을 입고 열창한다 냉정한 심사위원이여 내가 바로 배호다 엇박자로 들어가는 예술의 언표를 그들이 알 리 없다 기특하고 신기한 눈으로 돌아가는 삼각지, 돌아가는 삼각지, 전국을 돌며 지방의 모든 축제를 섭렵했다 그녀는 엇박자로 말한다 트로트 신동이 아닌 내가 바로 배호라니까 그녀의 무대 매너는 점점 농익어 가고 이제 그녀는 정말 배호가 되었다 여섯 살인데 머리칼이 빠지고 아저씨의 얼굴이 되었다 그러니까 진정한 예술은 트로트를 따라 부르는 신동이 아니라 배호 자체가 되는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녀가 바로 배호인 것을 아무도 모른다 계몽할 수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귀찮은 예술의 길을 여섯 살 그녀, 배호가 간다

 

 

 

수전노 솔레니오

 

 

 

당신은 유대인이지요. 예, 유대인입니다. 하나뿐인 신을 믿지요. 저는 분명했습니다. 하나뿐인 신을 믿는 셈이죠. 평자들은 모호한 멜로디를 좋아했습니다. 신은 하나뿐인 대신에 한없이 모호한 것을 그들은 모릅니다. 그들이 제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제 노래는 이토록 분명한 여름날이죠. 더워서 눈물이 납니다. 슬퍼서 땀이 납니다. 보고서의 오타처럼 거슬리는 태도를 가졌습니다. 저는 유대인입니다. 덥고 슬픈 건 인종에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당신은 대부업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저는 모든 신화의 단순한 노선을 즐기는 편입니다. 클리셰를 사랑하는 편입니다. 그 편이 편하다는 편입니다. 클리셰는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해요. 사랑보다 영원합니다. 세상은 진부하고 이미 모호합니다. 우리는 이제 분명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빚을 갚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고 당신이 수전노라고 생각하십니까. 관대하지 못한 이미지와 파렴치한 스타일을 가졌으니 그럴 수도 있겠죠. 저는 더럽습니다. 가슴을 조금씩 파고들어 간을 잘라 내도 좋습니다. 말장난이거나 노래이거나 저는 세상에서 몇 단어를 빌려 왔고 이제와 갚지 않으면 손가락이 잘려 나갈 것을 잘 압니다. 그것이, 리얼입니다. 《문장웹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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