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외 1편

마종기

 

 

수련

 

 

 

여보, 세월이 그렇게

다 지나갔습니다.

 

진정하기 힘들어 하는 물은

윤회의 업보 속에서

비가 되어 지상에 다시 내리고

미세하고 생각 많은 물만

하늘에 올라 구름이 되었는지,

종국에는 당신의 말년까지 찾아가

못가의 흰 수련으로 태어납니다.

 

뭐라고 했습니까, 내가

높거나 깊은 사상도

당신의 한숨만 못하고

미소 한 번만 못하다 하지 않았나요.

 

오늘 피어난 수련은 한나절

왠지 내 눈을 자꾸 피하네요.

스며드는 부끄러운 소문처럼

주위가 차츰 헐거워집니다.

당신의 향기가 사방에 퍼지는 것은

내가 떠날 시간이 된 때문일까요.

여보, 모든 게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

 

 

 

낮달은 왜 흰빛인가

                        

 

 

남북 갈등이니 남남 갈등이

도시와 나라의 온 공간에 넘치고

증오와 시위와 욕설과 통곡으로

하루 지내기가 이리도 힘겨운 때

붉은 피, 푸른 피, 뚝 뚝 흘리지도 않고

낮달은 왜 말도 없이 흰빛인가.

 

파란 여름 하늘에 둥근 빈터 하나,

자세히 보면 공중의 유일한 작은 구멍이

보라는 듯 힘을 다 빼고 떠 있는 내 님인가.

물 흐르듯 살라며 어깨 토닥여 주는 님인가.

당신은 왜 세상에도 없는 색깔로 남아

온갖 시비와 주장을 번거롭다고만 하는가.

 

가볍게, 그러나 비틀거리지는 말고

가볍게, 그러나 끝내 쓰러지지는 말고

이긴 자들 다 모여 술잔을 들 때

텅 빈 공간의 흐리고 둥근 집이 되어

세상에서 진 자들의 쉴 자리가 되고

계산 없는 위로의 물잔을 건네주는 곳.

 

두 손으로 하늘을 만진다.

빈터가 내 손을 반긴다.

갈등이 다 죽어 흰빛으로 하늘에 닿고

한 집에 모두 모여 놀아 줄

그 반가운 눈빛들.   《문장웹진 7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