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광 한 알 외 1편

 

고인숙

 

 

국광 한 알

 

 

 

내가 깨무는 너의 볼

어릴 적 내 새끼들 볼

오지게 영근 국광 한 알

손 타지 않은 그 자주색 탱글한 볼을

후회 없이 와삭 깨물어 보네

 

싱그럽고 새틋하고 달콤하고 그리웁고

 

볼이 사과 닮은 과수원집 할매

꿀이 들었다며 못난이 마구 섞어

덤까지 주었다네

 

육즙이 그대 주름진 옆얼굴에 튀어

핀잔 들으면서도

나는 와락와락 깨물며 옛날로 돌아가네

 

늘 할 말 조금은 남겨 두는 나

그러나 씹을 때는 힘주어 씹지

 

잠에서 막 깬 아가 볼 같은 사과

문질러 씻기며 깨물며

아침마다 행복한 애 엄마로 돌아가네

 

 

 

노란 산국

 

 

 

머뭇거리다간 끝장이라며

밭두렁 쑥구렁 바래 가는 산천에

미끄러지고 엎드러지며

노란 치맛자락 펄럭여

 

숨차게 달려가는 노란 산국

 

치장도 못한 고슬고슬한 매무새로

 

쨍그렁 서리 머금은 하늘에도

억만 송이 별로 뜨는 노란 산국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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