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들

김승일

 

 

이빨들

 

 

 

너를 뜯어먹을래

아름다운 너의 눈과

침을 뱉는 입과

나를 씹어 먹는 이빨

두꺼운 혀가 장벽 같아

나를 어둠 속으로 운반시키는 너

절단된 나의 뼈에서 꽃가루처럼 증오가 날리는 날이야

 

나와 너의 이빨은 부딪치며 서로를 파고들지

귀퉁이가 깨지면서도 우린 잇몸의 피를 닦지 않고

우린 엉겨 붙어서 회전하고

나는 내가 질식하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네

우리의 웃음은 불빛 이빨 닿을 듯 말듯 노려보는 눈빛

순식간에 나의 눈알을 후벼 파고 말았어

나는 손가락을 맛있게 빨고

 

나를 잘라 줘 밤꽃들이 돋아나는 밤이야

나를 인형처럼 갖고 놀아 줘 봉합선을 따라 갈라지는 나의 웃음

너는 칼집 낸 곳을 만지지

어떤 말을 해드릴까요 어떻게 상상할까요

수백 수천 가지의 표정을 지어 드릴게요

너의 숨소리 너의 냄새 너의 눈동자 너의 몸짓

내 안에서 이빨이 자라고 있나요

나는 웃지요 칼을 뺐다가 넣었다가 하지요

송곳니가 자꾸 밖으로 드러나나요

 

내 눈높이 위로 불쑥 올라와 있는

저 구부러진 가로등은 너무 온순해 보여

 

불빛이 고여 있지

 

웅크리고 앉아서 발톱을 깎다가

문득 울고 싶어지는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

 

너의 애무가

나를 부드럽게 마비시키는 시간을

수첩 속에 기록하고 있을게

 

불빛과 불빛이 어둠을 지나 서로를 찌르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지

 

가로등과 가로등

 

한 뼘 건너

하나의 문장이 불을 켜고 지나간다 해도

그게 너의 입속에

어금니처럼 무릎 꿇고 앉은 말이라 해도

 

네가 날 후려친 걸 어떻게 하겠어

 

 

 

한낮의 데자뷰

 

 

 

네가 손을 어디로 가져가는지 알아

나는 봉긋해져

 

수십 명의 사람들 중 어떻게 날 골랐니

잠자리가 날개를 떨고 있지

 

지금 여기 접힌 곳을 펼쳐 보일게

나를 흔들어 볼게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폴라로이드처럼 뱉어낼게

 

물결과 바람을 따라가는 촉수처럼 너는 나를 만지고

나는 수십 번 꽃잎처럼 눈꺼풀을 떨어뜨리고

나는 왜 수많은 사람들 중 너와

짝이 되는 걸까

그림자가 길어졌다가 짧아졌다가 했거든

몇 개의 골목을 지나쳐 왔다고

말했는데

 

무표정 속에서 찾아낸 하얗게 질린 얼굴

햇빛이 이마 위에 떨어지고

놀라 돌아보듯

꽃은 피지

 

문밖에서 반짝이는 햇빛 잠깐 혼절한 것 같은

그러다 톡톡 초침이 움직이는 것 같은

여기

 

열려진 문틈

나를 보는 빛들 나를 만지는 손가락들

감지 못하는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볼 때

 

네 생각이 나

너의 손이 닿는 곳이 봉긋해지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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