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김왕노

 

 

폭설

 

 

 

욕설이 쏟아지는 밤이다. 나를 향한 욕설이 오랜만에 시원하다. 대놓고 욕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절, 욕설로 남부순화도로가 통제되는 밤이다. 누가 욕먹지 않는 자 욕으로 나를 치라고 하였나. 욕 한 번 제대로 먹지 않는 거리가 청사가 펑펑 내리는 욕설에 묻힌다. 생에 처음 보는 대설이라고 누가 중얼거리는 밤, 오랜만에 가져 보는 자학의 밤, 욕설이 내린다. 욕먹을 짓 하였지만 제대로 사과 한 번 하지 않는 시절로 누가 욕을 수없이 퍼붓는다. 욕먹어도 욕인지 뭔지 모르는 무식한 놈들아, 밤새 욕설이 몇 세기만에 조용히 내리고 있다.

 

 

 

블랙홀로

 

 

 

고개 주억거리며 생을 고민하지 말고 블랙홀로 가는 별을 잡아타자. 사기를 치고 가는 세월이나 팔리지 않아 물간 생선을 잡아타고 박차도 가하며 손도 흔들며 블랙홀로 가자. 너무 부풀어버린 욕망이 겨자씨처럼 압축되는 곳으로 존재의 눈알 튀어나와 다시 걸치고 간 남루한 생을 휘둘러보는 곳으로 극적으로 극에 달해

 

함께 챙기지 않고 가 아쉬운 것들이 눈앞에 생생하지만 포커나 화투도 챙기고 아니면 제주도 조 껍질 술이나 말고기도 챙겨 히히힝거리며 블랙홀로 가자. 그간 너무 과대 포장된 현대의 삶이었다. 거짓말하느라 정신없는 하루와 일몰이어도 죄에서 돌아오지 않던 나를 불러 모아 블랙홀로 천 번이라도 만 번이라도 자부라진 등뼈로

 

벽에 기대어 술잔을 건너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존재가 미미해지고 우주가 눈부신 그곳으로 가자. 블랙홀로 가자. 막차나 고장 난 별이나 궤도를 잃어버린 별을 잡아타고 가자. 손나발 불며 풍선이라도 불어 올리며 다만 집 잃은 개 한 마리만 따라올 뿐이어도 블랙홀로 가면서도 노래할 수 있다. 어디서 초경하는 별을 위로하며

 

이렇게 별 초롱초롱한 밤, 또 다른 세계로 흡입하는 블랙홀로 가자. 이것이 상징이고 비유라고, 여자의 몸에도 블랙홀이 있다고 지상에도 블랙홀이 있다고 우기지 말고, 이 어두운 날을 박차고 생이 다시 결가부좌하고 명상에 잠기는 곳으로 가자. 생명의 잔물결 이는 곳으로 개인파산 신청을 내고 신용 불량자로 남은 이 세월을 몰아

 

함께 가자 하지 않은 것들아 미안하다. 내 꽃밭에서 몰래 자라는 하얀 양귀비 같은 칠월아. 갓 태어나 순결한 불꽃들아. 이제 갓 맺힌 물방울아. 블랙홀로 가는 부귀영화를 함께 누리지 못한 비자림을 통과하는 녹색의 길들아. 이제 기적처럼 떠나자니까. 희망의 갈기 나부끼며 블랙홀은 영혼이 다시 하얗게 빨래되는 곳, 이 거리에서의 탁발을 끝내고 손 탁탁 털고 가자니까

 

혀 빼물고 남자를 견디는 불감증의 여자들아, 이제 꼴리지 않는 정신으로 혁명을 한다며 자위하는 남자들아, 어제도 슬픔이 다녀갔다. 오늘도 다녀갔다,라고 일기 쓰지 말고 블랙홀로 가자. 생이 신나는 곳으로 우리가 얼마나 가볍고 작은 존재인지 깨닫고 다시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부활하는 곳으로 저 병든 별이라도 잡아타고 가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자, 함께 가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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