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물의 방중술
연못에 신방이 차려졌다
신부가 알몸으로 들어가 눕는다
신랑의 육체를 돌며 천천히 꼬리치는
비단잉어, 스르르 밑으로 내려가
입으로 물의 지퍼를 내린다
그렇다고 해서 농익은 몸 와락 껴안는 것은
신부에게는 미안하고 또 무력한 포옹이다
손끝만으로도 쉽게 으스러지는 무른 살로는
가슴으로는 아무 것도 안을 수 없다
신랑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슬그머니 놓는 것,
태생적으로 불을 지피지 못한다 해도
하룻밤이라면 하룻밤, 백 년이라면 백 년을
제 몸 뚫고 지나가는 신부의 숨결이 되어주는 것
빈틈없기에 오히려 느슨한, 거리를 두고 지켜주는 것
때로는 문지르고 싶어도
때로는 눌러쓰고 싶은 이름이 있어도
태연한 포옹으로 다만, 물들게 하는
뼈저린 일
허리가 나가니 내가 못 일어난다
내가 내 몸에서 떨어진 것이다
떨어져서야 비로소 뼈의 땅을 발견했다
그 위에 물 흐르고 풍경 붙어 있어
이 땅을 딛지 않고서는
바깥으로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다
뼈가 사람 속의 땅이다
자세가 그대로 뼈의 바깥이었다
굽은 길을 간 것이 아니라
굽은 뼈의 땅을 걸었던 것이다
제대로 앉거나 제대로 눕거나
정말 제대로 걷도록
기울어진 나를 가르치는 선생의 땅
무너진 출구에 주저앉아 눈을 감는다
그래, 뼈가 신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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