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진

 

 

 

 

양계장 백열등은 등대 같아서 아침에 씩씩한 선원처럼 마당으로 나갔다간

저녁엔 그저 한 뭉치 고깃덩어리가 되어 돌아오지요

길은 거기서 거기란 사실에 대해 우리의 지도자는 일찍이

모든 길은 감옥으로 통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주인 영감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모이를 주고요

아들은 매달 같은 날짜에 나타나 살림을 깨부수지요

팔과 다리를 잘라 놓으면 꼭 치킨 같은 이들이

아침이면 동산아파트 칸칸에 서서 체조를 하지요

날개 없는 자들의 해탈을 위한 오랜 수도법이거든요

제 삶은 비교적 모범적이라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말은

더는 아프지도 않고 또 행복하지도 않아요

안쪽에 빛을 켜 놓으면 바깥이 안 보이는 양계장

무사안일을 쪼아 먹다 보면 저절로 살이 찌고

폐계는 폐계 대로의 운명을 따르는 것이 진정한 승리의 쟁취라고

벼슬 높은 우리의 지도자는 그렇게 말씀하셨지요

주인 영감은 보다 안락한 노후를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활개를 치고

아들은 그게 무엇이든 어떤 목표를 위해 영감의 주머니를 털지요

강한 놈이 살아남는 법이니까

저녁에 잡혀 포박되지 않으면 아침엔 털이 뽑힌 채 또 모이를 기다리지요

네모난 철망 속에서 우리는 아무 근심도 하지 않아요

취침 시간엔 긴 나팔들이 우리를 안고 젖을 먹여요

잠을 자야 하니까요, 꿈을 깨면 우리가 닭대가리란 게 보이니까요

꿈에선 하늘을 나는 꽁지가 화려한 닭이지만

그렇다고 꼭 날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날고 싶어도 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우리들 모가지가 한 트럭 잘려 나가도 새벽은 오고

사람들은 높은 데 올라가 목청껏 노래하길 좋아하지요

감옥은 날마다 높이높이 올라가고 그걸 뛰어넘을 만한 절망이 우리에겐 없어요

날개의 퇴화가 어떤 면에선 바람직한 진보일 수 있다고

우리의 지도자는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ㅎㅎㅎ, 나는 또 알 낳으러 가요, 알들은 모두 눈과 귀와 입이 없어요

 

 

모노드라마

 

 

그가 인사를 한다

이번이 그의 마지막 고별 무대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졸린 눈으로 관찰한다

완벽하게 자신까지 속이지 못하는 날이면

얼마나

울, 고, 싶, 었, 던, 가

 

그는 톱을 들어 올린다

누군가의 절망을 연기해야 한다

절망은 참으로 절망일까,

톱으로 팔목을 켜는 것 말고는

절망을, 완벽한 절망을 보여 줄 방법이 없는 걸까

 

설마, 설마,

관람석 어둠 속에는 수없는 의혹의 눈초리들이 박혀 있다

그는 팔목을 잘라서 번쩍 들어 올린다

보라, 무릇 진실이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의 경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톱으로 자신의 목을 켜기 시작한다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그는

웃는다,

핏물이 폭죽처럼 솟아올라 객석까지 튄다

 

평생 배우로 살아온 그의 고별 무대는

놀라웠으며 동시에 완벽했다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서 기립 박수를 쳤다

 

무대 귀퉁이까지 데굴데굴 굴러간 그의 모가지가

피 칠갑이 된 제 몸뚱이를 흡족하게 바라본다

 

그렇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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