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內實)을 다진다는 것

 

안상학



내실(內實)을 다진다는 것




봄에 사다 심어 놓은 매화나무

이내 꽃잎 내려놓더니

겨우 내민 것 같은 새순도 물기 거두고

그 몰골에 버거워만 보이더니

매실 두엇 노랗게 만들어 부려놓고는

숫제 여름내 삐들삐들 마른 잎 몇 달고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 있달 것도 없이

선 채로 자리보전하고 있다

거름도 주고 아침저녁으로 물도 주며

내도록 지켜봐도 곧 죽을상이다


매실농사 짓는 신부님께 문진했더니

새 땅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지만

추운 날 다시 꽃 피우려고 벌써부터

속으로 꽃눈 다지는 데 애 쓰느라 그러니 걱정 말라 하신다


내실을 다진다는 것,

성장(盛裝)을 마다하고 새순까지 말려가며

속으로 저렇듯 꽃물 들이고 있는 저 내실을

다진다는 것, 다 진다는 것 

다 지운다는 것




마지막 식탁




쓰레기 내 놓는 곳


어느 날은

고양이가 뒤적이고


어느 날은

까치가 흩어놓고


드물게는

꿀벌들이 앵앵거리다 간다


이들이 밥상을 물리고 나면

자전거를 끄는 노인이 다녀간다


밤마다 누구는

이들마저 남긴 것들을 한 잎에 삼키고는

내내 횟배를 앓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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