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사춤

 

김성규

 

    

꼽사춤




수의사가 배를 가른다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내장을 밀어낸다

고무장갑에 딸려 나오는 송아지 다리


누렇게 털이 젖은 꼽추송아지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다

자궁 속에서

시체로 보름을 버틴 보람도 없지

둥그렇게 몸을 말고 자다

시커멓게 죽은피의 시궁창

눈 내리는 강가에서

삽질을 하는 노인

울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죽은

송아지를 묻는다

술잔을 들던

손가락이 떨린다

대낮부터 저렇게 술에 취해

굽은 등으로

꼽사춤이라도 추려는 건가


자루 같은 구름 속에서 버둥거리다

처마 끝

펄쩍펄쩍 뛰어 내려오는 눈송이

눈송이를 보며

눈만 끔벅이는 어미 소




동면, 폐정, 병이 최초로 발생한 곳




서른한 살, 직업은 없음, 가족 사항은 아내와 딸 하나,


우물에서 팅팅 불은 사내가 끌려 올라온다 이장은 소주를 마시고 구제역에 걸린 돼지들은 거대한 구덩이에 빠진다 자주 들락거리드라고, 미친 사람인 줄 알았다니께,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 소란스러운 마을, 수돗가에 앉아 빨래를 하는 아낙(43세)은 경찰이 질문을 하기도 전에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방역반이 돼지의 머릿수를 센다 마을 입구에 뿌려지는 흰 가루들


피리를 불면 귀 달린 뱀이 나타난단다 뱀을 보면 사람의 눈이 멀게 된단다, 그렇게 애들한테 얘기하더라니까 머리 위로 흙이 쏟아질 때마다 꽥꽥거리며 우는 돼지들, 이래야 나도 먹고 살지, 포클레인 기사(47세)는 삽으로 흙을 뜬다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퍼먹듯 흙은 가볍게 구덩이 위로 올려져 하얀 수퇘지들의 머리 위로 뿌려진다 우글거리며 구석으로 달아나는 돼지들, 시체를 비닐에 싼 경찰이 서둘러 마을을 빠져나가고……


수도관이 놓인 후 우물을 찾는 사람은 없다 보건소 직원이 가끔 우물에 약을 풀어놓으러 올 뿐, 돼지비계처럼 떠다니는 구름과 시체의 얼굴로 부풀어 오르는 달, 사내는 왜 이 마을까지 들어와 죽어 있었을까 질문은 병을 부르고 병은 서둘러 잊혀져야 한다 우물을 메워야 한다고 소리 지르는 노인(73세), 눈꺼풀에 잠깐 경련이 인다 구경 나온 아낙들이 공무원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포클레인 기사가 흙을 퍼 올려 우물에 쏟아 붓는다

썩은 물이 흘러넘치고

아이들의 꿈이 뱀의 허물처럼 밤하늘에 떠다닌다


완장을 찬 방역반이 이장과 함께 회식자리로 몰려가고 포클레인 기사는 굉음을 앞세우며 집으로 돌아간다 흉악 범죄가 발생하거나 병의 진원지로 마을이 지목되기 전까지 마을은 다시 조용한 잠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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