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도

 

정군칠



서건도




서귀포시 강정동 산1번지

물 위에 가볍게 떠 파도를 따르는 섬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썩은 섬이라 부른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스르륵

비단구렁이, 바다를 가른다

올 성긴 명주 한 필이 깔린다

산방을 찾아가는 느린 걸음을 재촉하며

솔숲은 가지 사이 달빛을 들이던가

솔가지들이 産苦를 대신하는 밤이 길다


허물들이 너울로 남은 섬의 아랫도리

다시 밀물 온다

슬어 놓은 알들이 아침을 맞는다

말랑한 알 속 꼬물거리는 무늬가

몽돌들의 낯빛으로 익어 가는, 염장의 안쪽

비포장도로가 급히 내려선 에움길 끝에

서건도가 있다 소문에 덜 익숙한




尖察山 쌍계사




풀덤불을 깔고 앉은 보살 한 분

물집 같은 관을 쓰고 있습니다

종각이 마당 한 귀로 그늘을 내리는 시간

마른침 삼키려 고개를 듭니다

절 뒤에 솟은 산은 무얼 더 캐물으려 

구름을 잡아 놓고 실눈을 뜨는지요


배롱나무 휜 허리

마음 한쪽 비어 빗금 진 몸에서

띄엄띄엄 떨기꽃 집니다

꽃 필 땐

한꺼번에 열리는 몸의 막장이었으나

꽃 질 땐

하나씩 생각을 내려놓는 손들이었는지요


대웅전 처마등에 불 밝기를 기다리며

앞다리를 끌어 모아 합장하는 두꺼비

첨찰산 아래 보살 한 분 오래도록 앉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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