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들

 

박설희



먼지들


                                              


공중부양의 경지에 이른 먼지들

이랑처럼 물결처럼


부스러지다가 바람에 불려가다가

나는 좌석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문상 가는 길,

누군가에 들러붙어 어디든 살짝 묻어가려는 것


차창에 머리카락 한 올이 끼여 있다

파르르 떨다가 끄덕끄덕

그림자까지 거느리고

차의 일부분이 된 양

천연덕스럽다


저 머리카락처럼

이 생에 나,

시치미 떼고

아무 데나 흘러 들어가

가벼운 척

아무것도 아닌 척

재채기로 풀풀 날리거나

피부에 오돌토돌 반점으로 돋아나

알레르기라고 

과민반응 보이지 말라고……


장례식장 한 켠

무게 없이 앉아 있다가

눈에 띄지 않게 다시 묻어가려는데

툭툭 나를 떨어 버리는 손길

공중에 떠버린 발걸음

휘청,




약수(弱水)*



                                                 

오래전부터 당신은 건너오는 중이네

검게 뭉친 머리카락 가지런히 쓸어내리며

나는 늘 출렁거려 보지만


감당할 수 없는 당신의 무게

내 속의 수많은 이슬방울과 깃털들,

더듬이와 먼지도 당신의 것


수천수만의 당신이 내게 다가와

수천수만의 내가 마중을 가도, 고작

밑바닥을 내어 주는 일

당신의 그림자로 그 밑바닥 차곡차곡 채우는 일


동으로 서로 북으로 남으로

당신은 여전히 건너오는 중이지만

당신으로 가득 채워져도

함께 출렁거리지도 흐르지도 못해


고요한 눈 하나 가만히 떠 보다가

푸른 이끼 낀 얼굴 들여다보다가 


먹구름 같은 머리카락 쓸어내리네

빗방울로 쏟아져 내리네

층층이 쌓인 당신을 스치네



*부력이 없어 먼지조차 띄우지 못한다는 중국 설화상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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