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그리운 짐승
나의 폐사지에 살았던
착하고 순한 짐승
부러진 부처님 발가락을 찾아 길을 떠난
이제는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내 그리운 짐승
사람은 죽을 때에 그 말이 착해진다는데
나는 죽을 때에 내 말이 착해지겠느냐
오늘 아침 나의 쓸쓸한 폐사지에
제비꽃은 피는데
배가 고파도 착하고 순했던
그리운 짐승
결빙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강에 가 보아라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 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한 몸을 이루어
밤새워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순간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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