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발 세우고

 

전동균



까치발 세우고




한창 익어가는 모과나무 아래

떨어져 썩어가는 모과들을 보면

희한한 일이지, 내 혼은 

비쳐오는 양광(陽光)처럼 투명해지나니


모과가 떨어진 자리의 

모과가 떨어진 만큼 위로 치켜진 나뭇가지들을 향해

까치발을 세우고 쑤욱

손을 뻗치면

아슬아슬한 허공이 무너지기 직전에

잠깐 손끝에 와 닿는 것들,

이것들이 혹

사랑이나 죽음이나 신(神) 같은 것들의 숨결이거나

그림자는 아닐까, 궁금해 하면서

연인의 속살인 듯 황홀하게 더듬으면서


나는 또 생각하지

일찍 떨어진 모과들이 걸어 가야할 먼 길과

아직 끝나지 않은 세상과의 싸움

용서를 빌기에는 너무 이른 가을하늘의 쾌청과

그 속에서 출렁출렁 흔들리는

올가미들을 




나는 바보가 되네




올해 갓 중학교에 입학한 막내아이가 촐랑촐랑 긴 머리를 흔들며 뛰어올 때 그 발밑에서 아이보다 먼저 통통 튀어 오르는 골목길을 볼 때

한 세상 살기 간단찮구나,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 먼 산을 바라보는데, 달뜨기 전 하늘이 파아랗게, 새파랗게 고양이 눈을 뜨고 창가에 잠시 내려앉을 때, 그 때, 누가 찾아왔나? 버려둔 화분의 꽃대 하나 갸우뚱 고개를 내밀 때


세상에서 배운 것들을 나는 다 잊어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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