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관
푸른 서리
꽃샘추위 찾아온 아침
거친 피부에 발라 놓은 가루분처럼
흙바닥이 푸석푸석하다. 흙에도 살갗이 있는지
한 겹 길바닥이 얇게 들떠 있다.
성성한 서릿발 재미삼아 밟다가 문득 속이 궁금하여 쪼그리고 들여다보니
광섬유 다발처럼 희고 투명한 유리 기둥이
촘촘 하늘로 뻗쳐 있다.
악다문 옥니 같다. 쇠창살 같다.
누가 이 흙바닥을 달뜨게 만들었을까.
공기의 입술이 밤새 애무하였으리라.
피부가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흙바닥은 가쁜 숨결 몰아쉬며 한기를 받아들였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화농의 아침
환멸 속에 질척하게 흙바닥은 조금씩 녹아내리고 서른하나에 혼자가 된
내 어머니의
공규(空閨)가 또한 그러하여 어머니,
날마다 감옥이었겠구나. 악다문 철창이었겠구나.
밤마다 찾아드는 그림자에 푸른 서리[靑孀]는 또 얼마나 날선 각을 세웠을까.
냉기 삼엄한 기억의 복도 문득 빠져나와 돌아보니
그예 일찍 나온 개나리꽃 하나
입술 시퍼렇게 혼자 떨고 앉아 있다.
빗소리
비 오시는데,
빗소리는 하염없이 쌓이고 또 쌓이는데
기차도 타지 않고 버스도 타지 않고
어떻게 혼자 찾아왔을까
개가한 엄마 찾아 무작정 집 나선
와서는 말 한마디 못 건네고 돌아서는
저 빗소리……
제 낳은 자식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어미처럼
소리는 비를 지상에 서둘러 부려놓고,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