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림
내 눈물 속에서 탱고를
처음 보는 물고기들이 눈앞을 지나가는군요. 이상할 건 없습니다. 실컷 울고 난 저녁이니까요. 내 안에 있을 땐 분명 내 것이었던 눈물들. 하지만 몰랐어요. 이렇게 많은 물고기들까지 쏟아져 나올 줄은. 취향 참 독특한가 봐요, 내 눈물 따위에 갇혀 살다니.
좀 전까지 펑펑 울어댔던 일은 까맣게 잊고 하늘하늘, 뻐끔뻐끔, 지나가는 물고기들을 봅니다. 때마침 흘러나오는 탱고음악. 햐, 놀랍도록 작위적이네요. 탱고!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이국의 춤. 근데 어째서 내 팔다리는 이리도 리드미컬한 걸까요? 지느러미처럼 우아하게 우아하게.
밤새 물고기들은 달빛을 물고 기막힌 턴을 해댑니다. 내 스텝은 달빛만큼이나 가볍고요. 테라스는 다행히 멀리 있군요. 그저 탱고음악이 한 곡 흘렀을 뿐인데 나는 내 눈물 속에서 실컷 환해졌습니다.
그저 그런 이야기
이십 년 전엔 당신도 소녀라고 불리었겠지
우습네 소녀라니,
서둘러 투표를 하고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당신은 소녀처럼 웃고
살짝, 머리칼을 넘기지
사알짝,
당신의 귀 뒤로 머리칼이 넘어가는 순간
소녀에서 달려 나온 당신들이
우왕좌왕 흩어지네
단지 투표일이라는 이유로
센티멘털 해지는 당신
왜 당신의 연애는 투표일이면 마감되는 걸까
내 궁금증은 오직 그것 뿐
줄기차게 이어지는 당신의 연애사 쯤
이제 다 외울 지경이지
당신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서
비틀비틀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개표방송도 지루해질 무렵
텅 빈 술병들처럼
바닥나 버린 이야기
마흔 가까운 실연녀의 울음은
뭐랄까, 놀랍도록 기이해
새벽 두 시는 모든 유권자에게 공평하지
또다시 돌아오는 잔인한 투표일처럼
내가 찍은 후보는 끝내 대통령이 못될 것이고
당신은
이십 년 후에도 소녀라고 우기며
흐흐흐, 지겹도록 울어대겠지
당신의 연애는 왜 하필, 투표일에,
댓글남기기